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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2017 제8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7. 9. 8.

각기 다른 분위기의 젊은 작가들의 젊은 작품들이 주는 신선함

 

그리고 이들의 작품은 알리기 위해 이루어진 특별권장가 판매

 

 

 


고두 - 임현

 

부끄러움을 모르는 아버지를 보면서

부끄러움을 알고, 먼저 사과하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선량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본인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주인공.

그러나 그도 결국 모든 것에 사과대신 자기합리화만을 내세운다

사과할 시점에, 사과할 대상에 사과하지 못하고,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설명하려 든다.

연주에게, 자신의 아이일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그는 마지막에도 사과아닌 사과를 한다

“인간들이란 게 말이다. 원래 다들 이기적이거든. 태생적으로 그래. 처음부터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거란다. 그게 나라고 뭐 달랐겠니“

 

 

차라리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일관되게 무례한 태도를 유지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나 아버지는 당신을 단속하려는 사람 앞에서 몹시 당황해했단다.

~~ 중략 ~~

대신 지갑을 뒤져 무언가를 급하게 내밀더구나

나는 오랫동안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 장면이 함께 떠올라 불편했단다,

~~ 중략 ~~

무얼 기대한 걸까. 어쩌면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걸 가진 사람이라면 작은 잘못쯤 용서받을 수 있다고, 그게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믿은 거겠지.

 

그런 사람으로 나는 살고 싶지 않았단다.

부끄러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지.

그러나 그것은 내가 보다 선량한 인간이라서가 아니다.

다만 아버지가 모르는 걸 내가 알았을 뿐.

그렇게 사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쪽이 더 이익이 된다는 걸 말이다.

모든 이타적인 행동에는 이기적인 의도가 숨어 있단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고 그러므로 노력해야 한단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끊임없이 반성해야 하지.

의지를 가지고 아주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그냥 생긴 대로 살게 되거든.

 

 

나를 비난하고 싶겠지.

비열하고 졸렬한 인간이라고 욕하며 세상에 진실을 밝히겠다고 정의로운 척 떠들어대고 싶은 거 아니니?

그런데 다들 그래. 다들 그러고 사는 거거든. 들키지 않을 만한 허물은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거든.

그러면서도 정작 자기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는 몰라.

그러니까 아무나 쉽게 비난하고 혐오하고 고게 정의인 줄 아는 거지.

~~ 중략 ~~

인간이란 본래 이기적인 존재고 그러므로 부단히 경계해야 하는데도 부도덕하고 불의한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줄로만 알아.

 

 

 

눈으로 만든 사람 - 최은미

 

강윤희 앞에 나타난 강민서는 그녀 아버지믜 막내동생 강중식과의 연결고리이자 굴레였을까?

아니면 과거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는 매개체였을까?

열한 살 강윤희와 강중식 사이에 벌어진 일은 평생 강윤희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치게 하는 기억이었다.

성조숙증에 걸린 딸 백아영. 남편외의 사람과의 섹스를 꿈꾸는 그녀 앞에 나타난 민서는

그녀와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다. 그리고 잊고자 했던 강중식을 떠오르게 한다.

강민서는 강중식의 또다른 모습일까

아영과 중식이 만들었다 녹아내린 눈사람을 보면서 강윤희가 했던

베란다로 나갔을 때 강윤희는 눈사람을 세워놓았던 화분 받침에 물이 넘칠 듯 말 듯 찰랑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물위에 흑미가 빼곡이 떠 있었다.

~~ 중략 ~~

“삼촌이랑 니가 만든 눈사람. 없어진 거 아니야. 그냥 모습이 변한 거야”

그것이 없어진 눈사람이 아니라 그냥 모습이 변한 눈사람일까?

나는 왠지 모습만 변한 것은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눈사람는 사라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내 자신의 모습으로 변화된 것이 아닐까?

현미라는 흔적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하기에 남편과의 엔딩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롭게 변화해 가려는 강윤희의 심정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강윤희는 그곳의 근육이 수축하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곧이어 강휸의의 몸속에서 울음과도 같은 소리가 폭발했다.

강윤희가 백은호의 팔을 무는 동시에 백은호는 사정했다.

백은호의 몸속에 있던 이억 마리의 정자가 강윤희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문상 - 김금희

 

희극배우의 불운을 위로하기 위한 문상길.

모든 것에 나빴던, 아닌 모든 선택은 실패로 귀착될 수 밖에 없어, 그 나쁨 또한 선택의 여지 없이 나쁨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었던 희극배우는,

누군가의 죽음앞에서 고통과 죄책감속에 실없는 웃긴 얘기를 건넨다.

죽음과 희극배우, 죽음과 우울, 웃음이 엮이지만

실제 죽음과 엮인 것은 과거의 추억에 관련된 모멸과 난폭함일수도 있다.

비극적인 사건속에서 희극적 요소가 존재하고, 희극적 사건속에서 비극적 요소가 존재한다.

누군가의 우울이 내게는 희극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우울이 누군가의 희극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실체가 있는 대상이 아니라 실체는 없지만 힘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향한 것이었다,

막 출발한 동대구행 KTX 가 달리면서 일으키는 이 광포한 바람, 흩날리는, 승강장 사람들의 머리카락과 현수막, 그리고 바람이 멈춘 뒤 찾아오는 정적 사이에서 느껴지는, 살아 있다는 것, 진행되지만 실감할 수는 없는 그것을 모멸하고 난폭하게 굴고 싶은 마음

 

원래 문상은 경황이 없는 상주를 짧게 일별하고 오는 것이니까.

그런 것이니까.

문상은.

 

 

저렇게 불안하고 우울하게 안정감 없게 외롭게 가진 것 없게 내쳐진 채 나쁘게, 살게 될까.

송은 희극배우가 확실히 나쁘다고 생각했다.

왜 나쁘냐면 지운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옛일을 완전히 매듭짓고 끝내고 다음의 날들로 옮겨온 흔적이 없었다,

그의 날들은 그냥 과거와 과거가 이어져서 과거의 나쁜이 오늘의 나쁜으로 이어지고 그 나쁨이 계속되고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어차피 나빠질 운명인 것이다.

선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가 선택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죽은 조모가 모든 것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모가 마지막으로 들어던 것은 조금씩 파괴되어 가는 자신의 육체가 내는 소리가 아니라 그렇게 폭력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누군가의 고통과 죄책감이엇을 것이다.

 

 

삼키는데 헛웃음이 나와서 송은 좀 웃었고 문든 자신의 웃음과 희극배우의 깊은 우울은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차는 숱한 경게들을 넘의며 상행중이었고 자정이 넘어 이제 하루가 지나 있었다.

희극배우의 불운을 위로하기 위해 간 문상길이었다.

 

 

고요한 사건 - 백수린

 

인생이 그렇다. 관계의 축이 균형을 맞춰간다. 이기심과 이타심이. 양심과 비양심이, 도덕과 비도덕이...

같은 부류라고,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믿은 사람이 어느순간 서로 다른 길에 서 있는 것을, 다른 부류의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고요한 사건이라는 제목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죽음을 통해 조용해진 고양이.

그 죽음속에서도 한없이 아름다운 눈과 풍경을 보며 자신이 해야할 일을 망각한 체 아름다움에 취해버린 주인공의 고요함은,

그러나 주인공이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변곡점을 알리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세상은 고요하였으나 개인의 삶에는 대지진이 발생한 큰 울림의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은 불의에 눈감게 되는, 중요한 무언가에서 뒤로 숨게 되는, 양심을 거부하는 삶을 살게됨을 의미하게 된다,

주인공이 말하는 보잘것없는 삶은 그런데 실은 대다수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그런 삶이 아닐까?

내가 지금 삶을 살아가는데 고요한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우리 셋의 관계의 축이 한쪽으로 기울어버렸음을 깨닫는 순간 느낀 허전함이 나를 착각하게 만든 것뿐이었을까

~~ 중략 ~~

나와 무호의 삶이 교차할 수 있는 순간은 너무나도 짧고, 우리는 이제 몇 년의 시간이 흐르지 않나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며, 더 이상 우리의 인생은 겹쳐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내가 너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생각도.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튀어나왔다. 창밖에는 커다란 눈송이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깃털처럼 부드러운 눈송이가. 역청빝 어둠을 덧칠한 이웃집의 지붕 위에도, 옥상 위의 장독대와 비탈 아래쪽의 앙상한 나무초리 위에도, 고요하게,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것은 정말 내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커다란 눈송이였다. 마른눈. 자국눈. 가랑눈. 국어사전에서 내가 발견했던 무수한 단어로도 형용하기가 충분치 않던 눈송이.

그토록 숨막히는 광경을 나는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본 것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댄 채 그렇게 한동안 서 있었다. 구겨진 신발위에, 양말도 없이, 까치발을 한 채로.

돌이켜보면 그것이 내 인생의 결정적인 한 장면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나는 평생 이렇게, 나가지 못하고 그저 문고리를 붙잡은 채 창밖을 기웃거리는 보잘것없는 삶을 살게 되리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내가 그 장면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 것은 아주 먼 훗날의 일이고, 그때 나는 창밖으로 떨어져 내리는 아름다운 눈송이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집집마다 매달려 펄럭이는 붉은 깃발들 사이로 새하얀 눈송이가 떨어져 내리는 풍경을, 그저 황홀하게.


 

호수-다른 사람 - 강화길

 

아름다운 호수의 물은 여성의 성적 아름다움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호수에 다다를 수록 주인공은 비릿한 물내에 어지러워 한다.

비릿한....비릿한 물내

 

상대가 원했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일을 당하는 여성들, 성폭력들.

여러 상황으로 등장하는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는 주인공의 이야기인 것도 같고, 여러 여성의 일들을 주인공이 전달하는 것도 같다.

어떤 것은 주관적으로, 어떤 것은 제삼자가 되어 전달되어지는 이야기들.

그 피해들이 주인공의 몸에 상처를 내었나 보다.

언제 어디서 다쳤는지 모르는 그 상황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피해까지도 주인공의 몸으로 투영하는 환각일지 모른다.



나는 그와 이야기할 때면 몸의 어딘가에 난 깊고 붉은 상처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쓰리고 욱신거리는 통증이 묵직하게 몸을 짓누르는 느낌. 하지만 언제 어디서 다쳤는지는 모르는, 나도 모르게 몸에 박힌 상처를 발견하는 기분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멍청한 여자들에 대해 들어왔다. 마음을 함부로 주는 여자들, 쉽게 승낙하는 여자들,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여자들. 그려는 위험한 남자들보다 멍청한 여자들에 대한 경고를 더 많이 들어왔다.

 

상대가 원했기 때문에 그녀는 원하지 않는 일을 당했다,

 

그녀의 친구는 호수에 무엇을 두고 왔을까?

그리고 주인공이 움켜잡은 것이 과연 친구가 호수에 두고 왔던 그 무엇이었을까?

의문은 풀어지지 않는다.

그녀가 해야 했던 일은 무엇일까?

그 남자에 대한 물리적 공격이었을까?

아니면 피해에 대한 씻김이었을까?

그 사람의 유난스러움에 순응하는 것이었을까?

 

“호수에 두고 왔어. 호수에”

그게 무엇인지 누구도 몰랐다, 그래서 찾아야만 했다,

 

물을 가로지르며 그가 내게 다가왔다. 어두운 그림자가 내 머리위를 덮었다. 그의 몸에서 호수의 냄새가 났다. 물속에서 꽉 쥐고 있는 물건의 촉감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무척이나 딱딱했다.

그 순간, 그가 내게 말했다.

“내가 유난스럽다고 생각해요?”

나는 천천히 그의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 여름 - 최은영

 

첫 만남의 그 여름, 헤어짐의 그 여름, 그리고 홀로된 그 여름

여름이라는 같은 계절이지만 그 앞의 열기는 같지 않다,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 하지만 애초에 주인공들은 결말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강물을 바라는 수이의 시선속에서 이경은 자신의 마음을 보게 된다.

두려워하면서도 매혹되어 있는, 그러나 무언가를 보고 있지만 텅 빈 두 눈에서...

서로를 보지만, 서로가 하나의 물줄기로 합쳐진 사람이라고 믿지만 그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 끝은 공허할 수 밖에 없음을 두 눈을 통해서 알았지만 그것을 믿지 않았으리라.

수이가 그날 강물에서 본 것은

강물 아래 미래의 파편 속에 홀로 남겨진 자신과 또다른 파편 속에 홀로 남겨진 이경이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파편들은 강물 저 아래에 있으면서도 서로 합쳐지지 못한다


수이는 이경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오래 바라볼 수 있구나. 모든 표정을 거두고 이렇게 가만히 쳐다볼 수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경은 자신 또한 그런 식으로 수이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을 하면서 이경은 많은 일들을 사랑에 빠진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수이의 단단한 사랑을 받고 나니 그렇게 두려워하던 사람들의 시선과 자신에 대한 판단이 예전만큼 겁나지 않았다.

 

수이의 시선은 강물을 향하고 있었지만 텅 빈 것처럼 보였다. 분명 강물을 보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 같았고, 두려워하면서도 매혹된 듯 보였다.

 

어떻게 우리가 두 사람일 수 있는지 의아할 때도 있었어요. 네가 아픈 걸 내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내가 아프면 네가 우는데 어떻게 우리가 다른 사람일 수 있는 거지? 그 착각이 지금의 우리를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들로 만들었는지도 몰라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할게 뻔한 사람과

자신이 선택한 일을 수행하는 사람사이의 관계는

결국 후회할게 뻔한 사람의 선택을 통해 결론내어 진다.

자신이 최대한 상대를 배려했다는 착각속에

 

수이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에 대해 이경만큼의 생각을 하지 않는지도 몰랐다. 수이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었고, 선택의 순간마다 하나의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다. ~~ 중략 ~~ 자신이 선택한 일이니까 최선을 다해 수행할 뿐이었다.

반면 이경은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려고 했고, 어떤 선택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알지 못했는데,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결국 후회가 더 크리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수이가 자신에게 준 새로운 삶이라는 선물에 대해, 수이와 자신이 만든 세계가 얼마나 견고하고 완전한지에 대해, 그곳에는 누구도 개입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그렇게 말하면서 이경은 그 말이 진실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은지를 설득시키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그 말은 오히려 숨겨둔 자신의 마음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수이는 시간과 무관한 곳에, 이경의 마음 가장 낮은 지대에 꼿꼿이 서서 이경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수이야, 불러도 듣지 못한 채로, 이경이 부순 세계의 파편 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곳까지 이경은 손을 뻗을 수 없었다.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 - 천희란


 

언젠가부터 나날이 집이 비좁게 느껴지던 이유가 제가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너무 많은 걸 버리지 않고 쌓아둔 탓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결코 버릴 수 없는 물건들을 추려내듯, 간직해야 하는 기억들을 돌이키는 일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생존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바꾸는 일을, 자신의 환경과 주고받는 영향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절대로 홀로 존재할 수 없어서, 무언가가 변하기 시작하면, 그 변화가 세상의 다른 것들을 바꾸기도 한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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