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여행도 있고, 자유여행도 있고, 그것이 혼합된 형태의 여행도 있지만
여행이라는 것은 원체 개별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일한 장소를 동일한 시간에 가서 보더라도,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동일한 장소에서도 눈길이 가는 곳은 사람마다 다른다.
하물며, 다양한 형태의 여행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여행은
느끼는 감정을 강요할 수 없다.
그럼에도 수많은 여행기와 여행에세이가 존재한다.
객관적 사실중심의 여행안내서와 달리
여행에세이에는 작가의 감정이 그대로 뭍어난다. 그것이 공감할 수 있는, 공감할 수 없는 것이더라도...
하루키의 여행기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내가 그곳을 경험한다 해도 동일한 감정을 느끼지는 못할거 같지만,
그래도 하루키의 감성이 부럽다.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의 감성은 일반인의 감성과는 또다른 면이 있어 보인다.
물론 그 감성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자체의 차이도 엄청나지만 말이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그냥 하루키의 아래 문장으로 여행의 본질이 정리된다.
더이상의 감상평은 불필요한 군더더기 일 뿐이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질문에 나는 아직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라오스에 뭐가 있따는 걸가?
그런데 막상 가보니 라오스에는 라오스에만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여행이란 그런 겁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면, 아무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행을 가진 않을 겁니다
몇 번 가본 곳이라도 갈 때마다 '오오, 이런 게 있었다니!' 하는 놀라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여행은 좋은 것입니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강 수면은 나날이 미묘하게 변화하며 빛깔과 물결의 모양과 흐르는 속도를 바꾼다. 그리고 계절은 그것을 에워싼 동식물의 모습을 한 단계씩 확실하게 변모시킨다. 온갖 크기와 모양의 구름이 어디선가 슬그머니 나타났다 사라지고, 강은 하얀 햇살의 움직임을 선명하게, 때로는 흐릿하게 수면에 비춘다.
'누가 언제 그런 불가사의한 결의를 했는지, 물론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확실하게 거기 있다. 그리고 우리 주자들은 달리면서, 그렇게 결의된 개념에 신기할 정도로 완벽하게 감정을 동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보스턴은 매력적인 도시다. 규모가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다.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결코 고리타분하지 않다. 과거와 현재가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따. 활력이나 문화의 다양성, 엔터테인먼트의 풍부한 선택지로 따지면 뉴욕만 못하고, 샌프란시스코처럼 스펙터클한 전망도 없지만, 보스턴에는 그곳에서만 느낄수 있는 독자적인 분위기가 있고 족자적인 문화가 있다.'
'그런 풍경 속에 홀로 서 있으면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 소리, 혹은 아득한 시냇물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깊은 내면의 고요가 존재할 뿐이다. 그럴 때 우리는 마치 머나먼 고대로 이끌려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섬에는 무인의 침묵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이 섬에 유령이 가득하다고 말한다.'
'우리 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 너른 대지와, 거의 영원에 가닿을 듯한 정적과, 깊은 바다 내음과, 거칠 것 없는 지표면을 휩쓰는 바람과, 그곳에 흐르는 독특한 시간성이 한데 '어우러져' 이루어진 것이다. 그곳의 빛깔은 고대부터 줄곧 비바람을 맞아오면서 완성된 것이다. 그것은 또한 날씸의 변화나 조수 간만, 태양의 이동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카메라 렌즈로 도려내 버리면, 혹은 과학적인 색채의 조합으로 번역해버리면 지금 눈앞에 있는 것돠 전혀 다른 것이 되리라. 그곳에 있던 마음 같은 것이 거의 사라져버리리라.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을 최대한 오래 제 눈으로 바라보고, 뇌리 깊숙이 새기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덧없는 기억의 서랍에 담아 직접 어딘가로 옮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매년 젊은 세대가 살고 싶어하는 도시 상위 순위를 차지한다. 그런 이들은 퀄리티는 높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는 앟은 생활환경을 원하며, 외식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반가웠떤 것은 이 도시의 개성 있는 서점과 중고레코드 가게들이었다."
'메인주 포틀랜드 이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주로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이었다.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입장이던 그들은 자작농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미대륙으로 건너왔지만, 결과적으로 본토에서보다 더 힘든 생활에 직면하게 되었다. 척박한 토지와 역사는 자립적이고 인내심 강하며 어찌 보면 고집스러운 기질의 주민을 키워냈다.'
'드라크마화가 유로로 바뀌었어도, 프로펠러기가 제트기로 바뀌었어도, 인터넷 카페와 스타벅스가 여기저기 출몰해도, 그곳은 여전히 솜사탕처럼 하얀 건물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골목길이 미로처럼 뒤얽힌 아름다운 해변 마을 미코노스 였다'
'스페체스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달라붙듯이 자리잡은 작은 섬이다. 그리스인들은 섬은 언제까지나 섬인채로 놔둔다. 편리하냐 불편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게 자연스러우니까.'
''빌리지 뱅가드', '버드랜드', '스모크' 등, 뉴욕에 머물면서 매일 밤 재즈 라이브를 들으러 다녔다. 낮에는 재즈레코드 가게를 돌며 LP를 사들였다. 이 이상의 행복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1 아키 카우리스매키의 영화
2 시벨리우스의 음악
3 무민
4 노키아와 마리메코'
'루앙프라방은 일명 '불도'로 불린다. 지금은 마치 일본의 나라처럼 종교적인 정취가 감도는 조용한 '고도'가 되었다.'
'진정성을 신비로울 정도로 강렬하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종교인들이 종종 "설령 피상적으로 흉내만 낼지라도 계속 실천하다보면 언젠가 진짜가 된다"는 말을 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그런 면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메콩 강의ㅣ 깊고 신비로운, 그리고 어스름하고 과묵한 정취가 축축하고 얇은 베일처럼 내내 우리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불온한' '정체모를' 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한 기분마저 든다. 메콩 강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집합적 무의식처럼 땅을 파고들고, 중간중간 자기편을 늘려가며, 대지를 굵직하게 관통한다. 그리고 짙은 탁류속에 자신을 감춘다. 강을 둘러싼 풍경에는 풍요로운 자연의 은총이 안겨주는 감촉과 더불어 대지를 향한 경외가 불러일으키는 긴장감이 어우러져 있다.'
'루앙프라방의 사원을 느긋하게 도보로 돌아보며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즉 평소 우리는 그렇게 주의깊게 사물을 보지 않는구나'란 사실이다. 우리는 물론 매일같이 여러가지를 보지만, 그것은 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보는 것이지, 정말로 보고 싶어서는 아닐 때가 많다. 무언가 한 가지를 찬찬히 살펴보기에는 우리 생활이 너무나 바쁘다. 진정한 자신의 눈으로 대상을 본다(관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조차 차츰 잊어가고 있다.
그런데 루앙프라방에서는 보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내고, 자신의 눈으로 진득하게 시간을 들여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갖고 있는 상상력을 부지런히 발동해야 한다. 우리가 기존에 지니고 있던 기준이나 노하우를 적당히 끼워맞춰 기계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양한 대상을 선입견 없이 관찰하고, 자발적으로 상상하고(때로는 망상하고), 앞뒤를 가늠해 큰 그림을 그리고 취사선택해야 한다. 평소에 그리 익숙한 습관이 아니다보니 처음에는 조금 피곤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몸이 그곳 공기에 익숙해지고, 의식이 시간의 흐름에 순응해감에 따라 그런 행위가 점점 재미있어진다.'
'로마에 살면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로마를 떠날 때였따... 라고 하면 로마에 좀 미안하지만, 솔직히 말해 로마라는 도시는 관광객으로 구경하기에는 아름다운 곳이나 실제로는 굉장히 어수선하고 ~~~'
'온갖 현실적인 문제들이 말 그대로 꼬리를 물며 닥쳐왔지만, 그것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 아름다운 시간 역시 당시의 나날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와인이란 그 땅의 고유성이 만들어낸 자연의 물방울'
'성은 지형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예로부터 오늘날까지 구마모토의 중심이었고,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 성의 존재를 잘 아우르고 있는 듯 보인다.'
'우리가 사는 이 넓은 세계에는 비평의 개입을 허락지 않는 수많은 성취가 존재한다. 그런 성취 혹은 자기완결 앞에서 우리는 그저 놀라고 감탄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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