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계량화하고 데이터로 전환해
더 많은 상자를 만들어낸다
스스로를 보지도 못하고
보이지도 않는
동떨어진 힘에 의해
인간은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다.
모두가 좁디좁은
틈에 끼워 맞춰져
누구나 대체 가능한 인간으로
규격화된다.
역동적인 존재로서 인간의
잠재적 에너지는
감소되고
그 활기를 완전히 잃었다.
대신 단조로움만
덩그러니 남았다.
분명히, 인류가 만들어온 다양한 렌즈 덕분에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확장되었다.
그러나 이 렌즈는 시야의 폭을 협소하게 만들고,
우리는 렌즈를 통해 나타난 관점을 실재(reality)라고 착각한다.
단일한 관점에 의지하면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할 수 없다
고정된 관점,
즉 천편일률적인 사고는
함정이 될 수 있다.
찾고자 하는 것만 보는 함정.
다른 세계를 보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기존의 통념이 뒤집히고
유일하게 ‘옳은’관점이 틀렸다는 사실일 밝혀진다.
절대 관점을 버리면 이렇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각기 다른 시점을 유지한 체
각각 나란히 존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화에 참여한다.
서로 교차하고,
맞물리고,
교류하고,
결합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두 눈이 결합해 입체적 시각을 완성하는 것처럼
서로의 궤도를 도는 다양한 관점은
연결되고,
상호작용하고,
중첩되다가
새로운 관점의 등장을 촉발한다.
수많은 생각이 날실과 씨실을 이루어 춤을 추듯 얽히고 설키면
공통 기반이 형성된다.
이질적인 것들이 충성히 얽혀 있는 직물.
그 위에서 문제와 대면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복잡한 것은 복잡한대로 남겨둔다.
현존하는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경계는 서로 연결된다.
이 과정에는 반드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경직되고 닫힌 사고방식은
상호 연결된 포고라적 관계망에서 재구상된다.
각각의 관점이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더 이상 고립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관점과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서로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이처럼 새롭게 통합된 지평에서 더욱 포괄적인
이해의 가능성이 펼쳐진다.
“제한적인 것은 우리의 시야이지, 우리가 보는 대상이 아니다.”
- 제임스 카스
끊임없이 시야 너머의 존재를 추구하는 것,
바로 호기심이다.
확 트인 공간으로 나가 수많은 가능성을 깨닫는 데
필요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기 위해
우리 두 눈 사이에 공간이 있다는 것은
각각의 눈에 시각이 존재한다는 뜻이고,
따라서 하나의 ‘올바른’ 시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강력한 힘에도 불구하고,
언어는 또한 덫이 될 수 있다.
언어의 영역을 마치 세상 전부인 양 착각하여
우리는 언어가 만들어낸 인위적 한계너머의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
그런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도 모사고
그 한계를 극복할 수단도 확보하지 못한 채로.
사유의 수단이 우리 시야를 규정짓는다.
만화라는 순차적이고 동시적인 생태계에 삽입된
문자와 그림들은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이제야 비로소 공존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두 요소가 결합하면서 시각과 언어는 섞인다.
텍스트와 그림은 동등한 파트너로서 상호 의존하는 불가분의 관계다.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동시에 서로를 풍성하게 한다.
우리는 머릿속 생각을 기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깊은 이해를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생각을 얻기 위해 그린다.
다양한 경험 및 상호작용
우리를 씨줄과 날줄로 엮고 있는 사회적 직조물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본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해한다는 것은
‘저것’과의 관계에서 ‘이것’을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 다른 관점들을 취하고
서로 엮는다 해도 그 사이와 공간은 붕괴되지 않는다.
이해한다는 것은 하나의 관점의 종결도 아니며
관점을 종결시키는 과정도 아니다.
각각의 관점이 관계 안에 새롭게 참여함으로써 또 다른 관점이 탄생한다.
관점 간의 거리는 항상 남아 있다.
미지의 공간, 상상력이 흘러나올 여지가 이TEk는 뜻이다.
불완전함은 새로 발견할 것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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