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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1. 3. 21.

유현준은 말한다.

 

 


지구라는 공간은 인간의 문명을 만들었고, 문명은 다른 공간을 만들었으며, 만들어진 공간은 인간을 바꾸고 역사를 바꾸어서 또 다른 공간을 만드는 '공간 창조의 수레바퀴'가 돌고 돌아서 21세기에는 인구 1000만의 도시들과 무한한 가상공간의 신대륙까지 도달했다.


 

인류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거주하면서도 더 빠르게 이동하길 소망했다.

그 과정에서 지구에서의 시간적 공간은 축소되었고,

그 시간만큼 지역간, 문화간 교류는 활발해졌다.

이 책은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특히 건축물에 있어서의 동서양의 차이와 교류와 융합을 통합 발전에 대한 단상을 담는다.

 

기후의 변화와 함께 물이 부족해 지자 사람들은 물을 구할 수 있는 강으로 모여들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강 주변으로 단위 면적당 인구 밀도가 높아졌다.

수렵과 채집만으로는 먹고살기가 어려워지게 되면서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것이 농업을 통해 수확량을 늘리면서 해결이 되었다.

이러한 농업시대는 유럽과 같이 건조한 지역으로 전파되면서는 밀농사로, 아시아와 같이 비가 많은 지역으로 전파되면서는 벼농사로 발전하게 된다.기후의 영향을 받은 농사형태는 건축물의 형태상 차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사람들이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발생하는 영향을 주었다.

 


강수량의 차이는 농업 품종의 차이를 만들고, 품종의 차이는 농사 방식의 차이를 만들고, 농사 방식의 차이는 가치관의 차이를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건축에서 동서양의 강수량 차이는 건축 디자인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켰고, 건축 공간은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행동 방식은 구윽적으로 사람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쳤따. 서양은 밀농상의 혼자 농사하는 방식에 따라 개인주의 성향이 커졌고, 외부와 단절된 창문 없는 벽 중심의 건축으로 바깥과 교류가 적은 성격의 공간으로 발전했다. 건묵출 역시 독립된 개별적인 건축물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축적 개인주의'가 발전했다. 발면 벼농사는 집단 농사 방식으로 사람간의 관계가 중요한 가치였으며, 많은 강수량 때문에 사용하게 된 재료인 목재를 이용한 기둥 중심의 건축 양식은 외부 자연 환경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양식으로 발전되었다. 


 

이러한 자연환경과 건축에 대한 개념은 사람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쩌면 문화와 사고방식에 의해 건축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밀농사지역은 벽에 의해 다른 관계와 차단되는 개인주의적 성향의 가치관이 강화되었을 것이다.

반대로 벼농사지역은 열린 공간에 의해 집단행동과 사람 간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가치관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밀 농사 지역은 벽 중심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지붕을 받치고 있는 벽에 창문을 내려고 구멍을 크게 뚫으면 집이 무너진다. 그래서 창문의 크기가 작다.  그리고 창문을 나무로 만든 문으로 가려야 했다. 일반인들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집안에서 창문으로 바깥 경치를 볼 수 없었다. 이런 이유에서 서양의 건축 공간은 내부와 외부가 벽으로 확연히 나뉘는 공간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안에서 밖을 볼 일이 없으니 건축 디자인을 할 때에도 밖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시점에 더 중점을 두고 디자인하게 된다. 실내에 들어가서도 바라볼 경치가 없기 때문에 그림과 조각으로 실내를 과도하게 꾸몄다.

 

벼 농사 지역은 서양에 비해서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기 때무에 방수를 하는 지붕이 가장 중요한 건축 요소였다. 빠른 배수를 위해서 지붕의 기울기가 급하다. 그러다 보니 앞에서 바라보면 지붕이 건물 입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지붕을 제하고 난 건축물의 입면은 그저 지붕을 받치기 위한 나무 기둥이 있을 뿐이다. 동양은 나무 기둥을 이용해서 건축되었는데, 기둥 구조는 지붕을 받치기 위한 벽이 필요 없다. 그러다 보니 기둥과 기둥 사이는 뻥 뚫린 개방감을 갖기 쉽다. 그리고 종이가 있었기 때문에 유리가 보급되기 훨씬 전부터 창문을 크고 가볍게 만들 수 있었다. 여름철 더울 때에는 통풍을 위해서 창문을 접어서 들어 올려 처마 밑에 걸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벽이 없는 건축이 된다. 처마 아래에는 툇마루를 만들어서 빗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을 수도 있다. 동양 건축에서는 이렇게 내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감이 발달하게 되었다. 동양은 안에서 밖을 보는 일이 일상이었고, 집의 내부와 바깥 경치의 관계가 중요했다. 그래서 주변 경관과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건축물의 배치를 결정한다.


 

서양의 문자는 26개의 알파벳을 일정한 순서로 붙여서 단어를 구성하고, 하나의 축을 따라서 가로로 순서를 바꾸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이는 체스가 격자형태의 면을 따라 정형화된 길만을 가는 방식처럼 3인칭의 기하학적 방식이다. 이러한 사고문화가 반영되어 서양의 건축은 좌우 대칭성을 가지고 한 방향의 축을 따라 배치하게 된다.(수학적 규칙의 조합)

반면 동양의 한자는 글자들 간의 상대적 위치와 획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고 짧음, 상하좌우의 어디에 위치하느냐의 상대적 관계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간다. 이는 바둑이 점을 따라 자유로운 형식의 영역을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사고문화가 반영되어 동양의 건축은 주변 환경에 맞추어서 비대칭성을 가지고 자연 발생적인 형태로 확장되는 평면이 구성된다.(관계의 집합)

 

각각의 독립적 문화에 의해 발전되던 동양과 서양 두 문화는 교류에 의해 상호 영향을 받게 된다.

초기에는 실크로드와 같은 육로를 통한 교류로 영향이 크지는 않았으나

삼각돛의 발명을 통한 해상교류의 확대로 인해 본격적으로, 동양의 문화가 서양으로 전파되게 된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아무래도 동양의 문화적 수준이 서양에 비해 앞서 있었지 않았을까?)

비단, 향신료, 차, 종이 뿐만 아니라 도자기와 건축양식(정원 등), 그림이 서양으로 전파됨에 따라 서양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 계시가 되었다.

정원이나 건축분야에서도 기존의 벽중심, 실내중심의 요소들에 비움이라는 개념들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건축은 언제나 주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다. 그러면서 만들어진 '문화 유전자'는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그 지역 고유의 문화 유전자와 섞이게 된다.


 

저자는 서양의 건축사에 동양의 건축요소가 어떻게 스며들었는지(혹은 반대로)에 대해 대표적인 건축가의 초기와 후기 작품들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일본 건축과 그림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여백의 미를 살리면서, 처마가 길게 나오고 지붕이 많이 강조된 디자인. 하지만 여전이 벽이 주요 구조체로 사용되면서 벽으로 구획된 공간의 특징은 그대로이다.

 

 

"미스 반 데어 로에"

'판스워스 하우스'를 통해 철골이라는 재료로 동양의 기둥식 구조를 도입함으로써 벽을 구조로부터 자유롭게 하였다. 그리고 벽이 있던 자리에 유리를 사용하여 내부와 외부를 연결함으로써 자연과 나와의 상호관계를 중시한 동양적 건축관계를 서양건축에 구현하였다.

 

 

"르 코르뷔지에"

철근과 콘크리트를 통한 근대 건축의 5원칙(필로티,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리본 수평창)을 정리하였다.

'카펜터 센터'를 통해 내력벽 없이 자유로운 곡선으로 된 벽체의 디자인, 빌딩의 중앙 부분을 빈 공간으로 처리하는 등 빈 공간을 도입하였다.

 

 

"루이스 칸"

'킴벨 미술관', '소크 연구소'.

서양의 전통적 기하학적 구조를 사용하면서도 동양의 도가 스타일의 빈 공간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건축의 본질상 물질을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잴 수 있는 것)고 하였으면서도 건축의 처음과 끝은 결국 '잴 수 없는 것'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도 다다오" (서양의 기하학과 동양의 관계성의 융합)

서양적인 콘크리트 벽 구조로 기하학적인 사각형, 원 형태를 사용하면서도 건물들의 배치는 동양적 스타일로 흩어져 빈 공간이 들어가고 낮은 담장을 도입하고 있다

 

 


단순히 물체만 만드는 것은 조각이다. 건축이 조각과 다른 것은 건축은 빈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물체를 만드는 행위라는 점이다. 인간은 건축물이라는 물체를 만들고 그 물체가 만든 빈 공간을 인간이 사용한다. 빈 공간을 프레임하기 위한 물체를 만드는 일은 엄청나게 큰 에너지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하고, 크게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야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빈 공간이 구축되는 형식과 모양을 보면 만든 사람의 생각과 문화를 비추어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공간을 분석하고 이해하면 사람과 문화를 이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