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하여
남녀간의 사랑만이 전부 인줄 알았다.
아버지를 떠나보낸지 3개월,
어머니의 큰 수술을 한 달여 앞둔 지금
아버지의 사랑이
어머니의 사랑이 그립다.
내리사랑만이 가득했던 삶에
당신들이 바라본 나라는 자식은 어떠했을까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
어머니를 향한 사랑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느껴간다.
그리고 나또한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어
내리사랑을 주고 있다.
❝
허수아비
이정하
아빠는 그렇습니다
다정한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지만
늘 네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는 거
아빠는 그렇습니다
행여 네가 짊어진 삶의 짐이 무겁지나 않을까
늘 마음 조리며 바라보고 있다는 거
아빠는 또 그렇습니다.
해준 게 너무 없고 해줄 게 너무 없어
그렁한 눈으로 지켜보다
끝내 고개 떨군다는 것을
아빠는 정말 그렇습니다
세상의 험로 앞에 서 있는 너의 길이
평탄하며 순조롭기만을 바란다는 것을
늘 기도하며 서 있다는 것을
❝
어머니의 청춘
이정하
어머니와 함께 고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한껏 푸르러진 산을 보고
어머니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셨다
저 산은 시방 청춘이네
어쩌면 부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셨을 것이다
못 들은 척하던 나는 운전하던
차의 속도만 조금 낮췄을 뿐이다
어머니에게도 청춘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왜 까마득히 잊고 있었을까
흘깃 룸미러를 통해 본 어머니는
그 푸르른 산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오래 전, 당신이 청춘이던
그 시절로 돌아가듯
❝
보여줄 수 없는 사랑
이정하
그대 섣불리 짐작치 마라
내 사랑이 작았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의 크기가 작았을 뿐.
내 사랑이 작았던 게 아니라
그대가 본 것이 작았을 뿐.
하늘을 보았다고 그 끝을 본 건 아닐 것이다.
바다를 보았다고 그 속을 본 건 아닐 것이다.
속단치 마라, 그대가 보고 느끼는 것보다
내 사랑은 훨씬 더 크고 깊나니
보여줄래야 보여줄 수 없는
내 깊은 속마음까지 다 보지 못하고
그대 나를 안다고 함부로 판단치 마라.
내 사랑 작다고 툴툴대지 마라.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니.
마음이 작다고
어디 사랑까지 작겠느냐
❝
사는 범
나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
부탁
나태주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
내 탓입니다
이정하
부는 바람이야 뭐
별 생각 있었겠습니까
흔들린 잎새만
한동안 그 느낌에 파르르 떠는 거죠
스쳐 지나갔을 뿐
당신은 아무 잘못 없습니다
흔들리고 아파하는
내가 잘못인 거죠
❝
한 잔의 커피
용혜원
사랑이 녹고
슬픔이 녹고
마음이 녹고
온 세상이 녹아내리면
한 잔의 커피가 된다
모든 삶의 이야기들을
마시고 나면 언제나 빈 잔이 된다.
나의 삶처럼
너의 삶처럼
❝
관심은 그 사람 마음으로 그 사람을 생각해 주는 것이다.
간섭은 내 마음으로 그 사람을 생각해 주는 것이다.
간섭이란 일종의 감금이다.
상대방을 자신의 마음에 가둬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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