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작가의 구멍가게에는
박지오 작가님이 그리신 낙산의 풍경 속에서 한 달간 추억에 빠져 있던 어린 시절의 나와 부모가 있는 듯 하다.
아름다운 구멍가게 저 너머의 나의 어린시절이 떠올라서일까
구멍가게 그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내 기억 속 남대문, 돈암동 풍경에는 여전히 구멍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이미경 작가님이 추억하는 구멍가게 풍경마냥
그 곳은 어린 시절 나와 내 친구들의 놀이터가 되어주기도 하고,
엄마들의 사랑방이 되어주기도 했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뿐만 아니라
어느 날에는 쌀도, 어느 날에는 연탄을 팔기도 했다.
풍요롭지 못한 시골출신 상경한 사람들의 팍팍한 삶에서
구멍가게는 팍팍한 삶의 그들에게 담보도 없는 외상을 통해 서울생활의 기회를 연장해 주곤 했다.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와의 대화에는 그렇게 구멍가게 너머의 추억이 남아있다.
이제는 시골에 가도 그런 구멍가게를 보기가 쉽지 않을 만큼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구멍가게가 쇠락한 시간의 흐름마냥
어렸던 나는 그 시절 부모만큼의 나이를 먹었고,
그 시절 부모중 한 분은 이제 삶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그 시절 아이는 그 시절에 받았던 돌봄을 이제 그분에게 돌려드리려 하고 있다.
모든 것이 화려해지고 편리해졌다.
구멍가게도 이제는 24시간 편의점으로,
동네 소식통이었던 가게 주인은 취업전선에 뛰어든 아르바이트생으로
말과 믿음으로 하던 외상은 신용카드 결제로
너무 많은 것들이 대체되고 있다.
하지만 왠지 그 편리함과 화려함 속에서는 추억이 자리잡을 것 같지 않다.
❝
엄마 얼굴에서는 외할머니의 모습이 보이고 나는 점점 엄마를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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