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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 황경신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9. 1. 13.

시가, 사진이 내게로 다가오지 않는다.

단어들이, 이미지들이 그저 활자화되어 지면을 차지한다고나 할까.

어쩌면 그것은 책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만큼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와 사진은 어울리지 못한다.

시는 사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자연을 경외하는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사진은 시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지, 자신을 뽐내려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 못한 말들은

칼날이 되어 따가운 봄 속에

무심히 반짝인다.



겨울이라서 다행이야

흔들리는 마음 조용히 덮어

빈 마당 한구석에 묻고

시린 바람에 얼려두자

드러나지 않도록 사라지지 않도록

시린 눈 속에 영영 얼려두자



모든 추억은 사라지거나 무너지는 것

그곳에 갇힌 채 길 잃은 네가 서러워

나는 추억 밖에서 울고 있다.



너, 한 번도 앉지 않은

빈자리에 말간 햇살들이

잠시 머물다 간다



그대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그대의 부재

혼자 있을 때도 흔들리지 말라고

그대의 부재는 더욱 무거워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