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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마흔에게 그림책이 들려준 말 - 최정은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3. 10. 29.

사실 이글을 읽기 까지는 이런 직업(?) 이 있는지도 생소했었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그림과 글 속에서 나의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그리고 누군가와 그러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

 
글에서 이야기한 50여 개의 그림책들 속에는
50개를 훨씬 넘는 또다른 이야기들로 확장된 저자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림책의 이야기를 확장해 가는 사람의 나이는
마흔이라는 나이만이 아니라 서른 일수도, 오십 일수도 있습니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림책 속에서 나의 이야기와 오버랩할 수 있는 공감의 문제이니까요.
 

책장을 넘겨갈 수록 책에서 인용되어진 그림책들이 궁금해 집니다.

저작권 문제때문인지, 막상 그림책의 그림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일일히 찾아보면서 보는 것도 귀찮기는 한데,,,
약간의 수고로움을 가지고 인용된 그림책의 표지만이라도 찾아보면서 글을 읽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이야기, 공감은
저자의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지금도 한번씩 시린 찬바람이 몰아칠 때가 있다. 작은 배추가 혼자 내리는 눈을 맞던 장면의 차가운 파랑색처럼 서늘한 기억에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순간을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외면하지 않는다. 그 시린 떨림이 꽃 피는 봄날의 시작임을 알고 있기에, 찾아오는 겨울을 담담히 온몸으로 맞이한다.
더 이상 겨울의 시간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곧 다가올 봄날을 꿈꿀 수 있다. 찾아온 겨울 너머로 피어나는 노란 장다리꽃을 바라볼 수 있다. 그렇게 작은 배추는 자라간다. 마흔의 나도 자라간다.


그림책 <으르렁 아빠>를 통해 늘 화가 나 있던 아버지가 지금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늘 단단하고 거침없던 아버지 역시 나처럼 흔들리는 마흔을 보낸 사람이라는 걸, 후회라는 감옥에 머물던 작은 존재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때의 아버지를 꼭 안아 드리고 싶다. 단단한 강철 옷을 입고서 더 많이 애쓴 당신 덕분에 언제나 든든했다고. 마흔이 되어서야 강철 옷에 가려졌던 진짜 아버지의 모습을 희미하게나마 알게 되었다고. 너무 늦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나의 아이들은 앞으로도 불쑥 찾아오는 손님들과 함께 성장할 것이다. 때론 피하고 싶은 이상한 손님의 방문으로 잠시 멈출 때도 있을 것이다. 엄마인 나는 조지프처럼 묵묵히 바라보려 한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걸음을 지켜보려 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려 한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잣대로 아이를 끌고 가는 엄마가 아닌, 시간의 경험이 필요할 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삶의 선배로 아이들 뒤에 서 있고 싶다. 더 이상 내 불안에 겨워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가 아니라, 스스로 자라난 나무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던 조지프처럼 나도 아이들을 그렇게 바라보고 미소 짓고 싶다.


나를 찾아가는 길은 여전히 이런저런 실수로 가득하다. 그러나 실수가 싫다고, 아름답지 못하다고 시선을 피하면 내가 그린 그림을 온전히 바라볼 수 없다. 그림을 똑바로 보고 실수를 인정할 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실수로 가득한 그림이라도 멀리서, 때론 시간이 흐른 뒤에 바라보면 그때 보이는 아름다움이 있다.


 
이야기 소재 그림책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