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는 ‘치과’라는 명칭의 제약성으로 고유의 진료영역을 타 과에 빼앗기는 불이익을 당해왔다. 때문에 명칭 변경을 통해 국민들에게 치과의 진료범위를 제대로 알리자는 움직임들이 있어 왔고, 최근에는 진료과목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져 치과의 파이를 넓히는데 일조하고 있다.
치과병원서 활발한 움직임 치과계 중에서 이러한 명칭변경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역시 치과병원들이다. 환자들이 좀 더 쉽게 진료과목을 알아 볼 수 있도록 전문클리닉을 개설해 환자들의 혼선이나 과별 중복을 막고 있다.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의 최진영(구강악안면외과학교실) 교수는 “구강악안면이란 명칭은 환자들이 직관적으로 구강에만 집중할 뿐 악안면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하고, “실제로 개원가에서는 구강악안면외과라는 명칭 대신에 턱얼굴외과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치과대학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있다. 특히 치과대학들이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학제를 변경하면서 치대 출신이 아닌 교수진들을 대거 영입해 이들을 위한 전공을 부여해야 했기 때문.
서울대치의학대학원 조병훈 교무부학장은 “정확히 말하면 전공명칭이 변경 되었다기 보다는 신설된 것이 맞다”고 말하고, “향후 이렇게 신설된 전공들을 포함해 전체 19개 전공과로 변경해야 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명칭이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학회들도 잇따라 명칭 바꿔 치과계에서 명칭변경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학회다.
최근 명칭 변경을 선언한 학회는 대한구강내과학회(회장 최재갑)와 대한소아치과학회(회장 김영진)다. 구강내과학회는 지난 6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학회 명칭을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로 변경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최재갑 회장은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안면통증 환자를 실제로 치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회 명칭 때문에 진료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진료 받는데 애를 먹고 있다”며 “명칭을 확실히 표방해 환자들로 하여금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소아치과학회는 지난 19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학회 명칭을 ‘소아청소년치과학회’로 변경하는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소아치과학회의 경우 대한치과교정학회를 중심으로 한 일부에서 새 학회명칭에 대한 우려의 뜻을 밝히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의과도 명칭 변경 의과의 경우 지난 3월 소아과 진료명칭을 소아청소년과로 변경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지난 6월부터 각 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로 간판을 바꾸고 개정된 명칭을 사용 중에 있다. 진단방사선과 역시 지난 6월부터 영상의학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물론 이러한 진료명칭의 변경이 쉬울 리 없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로의 명칭변경을 두고는 대한소아과학회와 대한내과학회와의 힘겨루기가 1년 넘도록 계속됐었다.
치과병원이나 학회 등에서 명칭을 변경하는 이유는 환자들에게 익숙한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혼란을 막고 의과분야로 오해받는 진료과목을 줄여 진료영역을 확고히 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치과와 의과, 한의과가 영역에 관계없이 무한경쟁 체제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준호기자 honpho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