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쩌다 접하게 된/책

인생우화 - 류시화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3. 4. 4.

우화 답게

천사의 실수로 세상의 바보들이 한 마을에 모여 살게 되었다라는 다소 직설적인 표현으로 표지된 류시화 의 우화집

시인으로 한참을 활동하던 작가였던 터라 장편소설보다는 이런 우화형태의 글이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랄까.

인도에서의 수행이라는 부분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어리석음과 지혜라는 소재로 세상을 비꼬는 짤막한 우화들,,,

"모든 인간은 우화적 세계 속에 태어나며, 따라서 우화적 세계 속에서 사유한다." 는 작가의 말처럼

세상이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이성적,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상황도 있지만, 우화처럼 어이없는 해결책이 제시되어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고도 그런 결정을 쉬이 잊어버리고 반복하는 상황들까지도 있다.

 

그렇기에

세상의 모든 바보들이 모인 우화 속 그곳이나

모두가 똑똑하고 잘난 체 하는 현실의 이곳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세상의 모든 바보들이 한 장소에 모여 살게 되었다.
예상과 달리 그들은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었으며, 그곳을 세상 어느 곳보다 행복한 장소로 만들었다.
서로가 비슷한 만큼의 지혜를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문제가 있을 때마다 서로의 비슷한 지혜로 해답을 찾아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을 '현자들의 마을'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구입한 정의에서 악취가 나는 이유는
세상 어디에서나 정의가 부패했기 때문이오

"우리의 가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부터 우리는 나무를 '비'라 부르기로 합시다. 그리고 비는 '나무'라고 부릅시다.
자, 주위를 둘러보세요. 무엇이 보입니까? 풍부한 비가 보이지 않습니까?"
모두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숲에서). 두말할 필요 없이 그들은 온통 비에 둘러싸여 있었다.
현자 하임이 다시 물었다.
"여러분, 주위 모든 곳에 무엇이 보이나요?"
"비요!"
모두가 합창하듯 소리쳤다.
"우리는 온통 비에 둘러싸여 있어요! 이제 지긋지긋한 가뭄이 끝났어요!"
그렇게 그들은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믿고 다시 행복하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지혜로운 방법으로 가뭄의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그들 모두 자신들의 현자를 더없이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이듬해 봄, 밤낮으로 쉬지 않고 비가 내려 지붕이 새고 강이 넘쳤을 때는 현자 하임의 문제 해결 방식에 따라 '비'를 '나무'라고 부르며 마음을 놓았다.

전체를 위해 대신 걱정해 줄 '걱정 전문가'를 한 명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걱정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일상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모든 가정은 걱정에서 해방되었지만, 모스코(걱정 전문가로 고용된) 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사람들이 정말로 지불 약속을 지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각의 가정들도 한 달이 다가오자 다시 걱정에 휩싸였다. 걱정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걱정 전문가에게 지불할 돈을 매달 어떻게든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참견하고 지적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가진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우리보다 가진 것이 없으면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보다 못한 존재라고 여긴단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이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고, 
그 위치에 그대로 놓아두는 게 더 좋은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