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쩌다 접하게 된/영화

택시운전사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7. 8. 9.

1980년 광주의 봄

추운 겨울을 지나 온 세상이 따뜻한 기지개를 펼쳐야 할 아름다운 봄에

광주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혹독하고 기억하기 싫은 봄을 맞는다.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

(한때는 폭동이라 불리웠고, 여전히 폭동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화가 나는)

70년대의 군부독재와

80년대으 민주화 운동 시기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80년 광주의 이야기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물론 나또한 90년 초의 간접경험에 의한 것이지만, 많은 시간이 흐르지는 않은 시기였기에 분노와 역겨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광주는 피바다였지만, 다른 지역은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떤,

고립무원의 도시가 되어버린 광주.

 

광주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까

이후  이정현이 나왔던 '꽃잎', 만화가 원작이었던 '26년', '화려한 휴가' 등 여러 편의 광주관련 영화들이 제작되고 상영되었다.

하지만 어느 영화도 광주에서 벌어진 그 잔인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는 없었다.

심지어 다큐멘터리조차도 그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

80년대, 90년대 초 대학가 운동권에서 상영되는 광주영상의 잔임함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혹감과 수치심까지 느끼게 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택시운전사 또한 소재의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중반이전까지는 가벼운 출발과 전개를 보여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광주로 독일언론인 한 명이 들어간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는,

많은 택시비를 받을 생ㄱ가에 기분 좋아진 한 택시운전사가 그를 광주로 데리고 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대된다.

 


폭풍우 한가운데에 있는 광주에서

서울 택시가, 택시운전사가 이렇게 해맑게 웃는 모습으로 다닌다니

시대의 비극과 묘한 대척을 이루는 부조화의 모습

그래서 더더욱 영화는 초반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 도로에 홀로 있는 택시를 통해

타지의 사람과 광주의 사람을 비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영화가 진행되면서 서울 택시운전사가 광주와 동화되면서,

이러한 웃음은 사라지게 된다.

 


 

서울 택시운전사 김사복(?)은

대학생의 학생운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부르고 등 따뜻한 사람이나 하는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임산부 가족을 태우면서도 택시비를 외상으로 해주거나

도시락으로 한끼를 떼우면서도 하루하루 번 돈에 기뻐하는 그런 일반적인 사람


 

아내를 병으로 잃지만

딸과의 삶을 행복해하는 그런 소시민이다.

80년대 일반적인 사람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택시비로 인해, 광주에 간 것으로 인해 바뀌게 된다.

위르겐 힌츠페터와 함께한 광주는

폭도라고 불리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순수하고, 어리버리한 사람들

자신들의 진실을 알려줄 수 있는 독일기자에게 무한한 신뢰와 당부를 잊지 않는다

제잘 자신들의 이야기를 알려달라고

 

총칼에 무너지는 광주사람들이지만

폭도로, 북한군으로 호도되는 광주사람들이지만

그들또한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로

누군가의 어여쁜 아들, 딸들로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가는 일반사람들일 뿐이다.

낯선 사람에게 선뜻 밥 한상, 잠자리를 내어줄수 있는


 

각 자의 꿈이 있고

그 꿈을 위해 살아가던

 

광주 시민들 사이를

위르겐 힌츠페터는 택시와 함께 누빈다.

그들 한 명 한 명의 목소리와 모습들

그들을 대하는 계엄군의 모습을

카메라에 모두 담아내고자 힘쓴다.

눈 앞에 닥친 피비린내 나는 현실에 정신을 놓기도 하지만

반드시 이 사실을 외부에 알려야 한다는

광주사람들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리고자 했던 사람들이 어디 위르겐 힌츠페터 뿐이었을까?

수많은 지식인들이 (물론 침묵한 다수도 있고),

수많은 언론인들이 (물론 눈감은 다수도 있고),

수많은 일반 국민들이

광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리고자 했으나

5공화국 군부에 의해 실패하고 만다.

 

위르겐 힌츠페터가, 김사복(?)이 홀로 영웅들은 아니다.

광주에는 죽고 다치고서야 이름을 알게된 수많은 일반인 영웅들이 있다.

그들이 우리와 별반 다른 사람들도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었지만,

그들은 기꺼이 태풍의 한가운데인 광주에서 영웅이 되었다.

 

영화에서의 극적인 요소로 가미한 것일 수는 있지만,

계엄군에 속한 이 군인처럼

(많은 영화에서 악연으로 나와서 긴장하는 순간 착한 사람으로의 반전이라니!!!)

명령체계에 의한 계엄군 소속이지만 고뇌하고, 작지만 몸무림쳤던 누군가도 영웅이다.

 



군에 의한 발포로 수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지만,

당시의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군 책임자까지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해 책임지거나 진실된 사과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북한군에 의한 폭동이었다는 거짓을 진실인 양 다시 꺼내들고 있다.

발포는 했지만 발포명령자는 없는 이상한 광주

 

광주를 다룬 영화가 다시 만들어지고 인기를 끄는 것은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이라는 연기자의 연기 때문만이 아니라

제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진실되고 올바른 사과를 하고

그때의 상황들이 올바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광주 사람들의 염원을

미안함을 가지고 사는 우리들이 동감하기 때문은 아닐까.

 

 

'어쩌다 접하게 된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열 : 제국을 흔든 조선인  (0) 2017.08.15
클로버필드 10번지  (0) 2017.08.15
에어리언 커버넌트  (0) 2017.08.06
원더우먼  (0) 2017.07.17
로건  (0) 2017.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