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함이 느껴진다.
사랑했던 아내와의 사별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이 단어 하나하나, 여백 하나하나 사이에 감추어져 있다.
살아있으니 시 쓰는 것에 끝이 있느냐면서도
더 쓸 것이 없어서 이쯤에서 끝내려 한다는 시인의 "자서" 이야기는
자신의 할 일을 다 마치고서도
여전히 쓸쓸히 세상사에 홀로 남겨진 허수아비와 닮아있다.
❝
모름
길 가다 꺾여져 있는
나뭇가지를 보고 웃었네
왜 웃었는지
나도 모르겠네
❝
산
산 앞에 서 잇으니
갈 곳이 없구나
쳐다볼수록
낯설어지는 산
오늘 저 산이
어디 가다가 돌아와 있으니
이제 내가
떠나야겠다
❝
구름
구름을 보면
눈물이 난다
하늘이 너무 넣ㅂ어
눈물이 난다
구름이 없어져
눈물이 난다
하늘이 너무 넓어
눈물이 난다
❝
하늘 4
하늘이 쓸쓸해진 것을
본 적이 있느냐
햇빛이 왔다가 모여간 빈 곳
그 뒤를 바라보고 있는
하늘을 본 적이 있느냐
하늘이 쓸쓸해진 것을
본 적이 있느냐
혼자 남아 있는 하늘을
본 적이 있느냐
❝
허수아비
산속 새로 나는 길에
허수아비가 있어
한동안 불 켜고 손 흔들더니
아스팥트 공사가 끝나자
들고 있던 불 꺼졌다,
할 일이 끝났으니
할 일 없이 살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 후 허수아비는 모자가 벗겨지고
옷이 찢어지고
팔이 떨어졌다
아직도 허수아비는
쓰러지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할 일이 다 끝난 뒤에
혼자 남아 서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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