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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459

사랑하니까 - 용혜원 사랑을 전하는 시인, 용혜원 님의 예전 작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매일 한 편씩 전하는 100일 동안의 프로포즈. 시인이라는 각인 때문일까 매일매일의 에세이가 한 편 한 편의 시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제 내 나이가 사랑의 열병을 앓을 시기가 지나서인지 매일매일의 사랑고백에 가슴 설레이지 않는다. 첫 번째 책에는 당신을 만난 기쁨을 두 번째 책에서는 당신이 내게 주는 의미를 세 번째 책에는 내가 꿈꾸는 우리의 삶은 아주 편안한 글로 써서 편지처럼 끼월 보낼 것입니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자기 표현이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2021. 5. 16.
연년세세 - 황정은 이야기는 6. 25 전쟁이라는 한 시대를 거쳐 온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자녀 세대간의 이야기들이 진행된다. “파묘”, “하고 싶은 말”, “무명”, “다가오는 것들” 하나 하나의 연작속 이야기들은 때로는 어머니의 관점, 때로는 각 자녀들의 마음 속 이야기다, 사람들의 삶이지만 각각의 삶의 크기와 굵기는 같지 않다. 가는 선의 두꺼운 삶이 있는 반면 두꺼운 선의 가는 삶도 존재한다. 가족이라는 규범속 테두리에서 그 삶들은 독립적이기도 하고, 교집합이기도 하다. 이순일(순자), 한세진, 한영진, 외할아버지, 죽은 동생, 이모와 그녀의 자녀 라는 존재들은 그렇게 서로의 의식과는 관계없이 얽히고 설힌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 아이도, 깊은 수풀 속 어딘가에 남은 조그만 집터처럼 거기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르는 채.. 2021. 5. 14.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 존 르카레 반혁명에 대해 스스로 방위하는 행동을 소수의 개인이 희생되거나 배척당한다고 해서 멈추게 할 수는 없지 않겠소? 결국 그래야만 하는 것이오. 우리도 합리적인 진보를 위해 우리의 행동이 전적으로 옳다고 하지는 않소. 동서 냉전의 시대, 영국으로 대표되는 민주주의 국가등과 러시아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국가등 간에 일어나는 첨보전쟁. 상대방의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속고 속이는 두뇌싸움이 비일비재하던 시대. 이 시대를 스파이의 시대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007 영화에서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스파이를 보여줬다면, 이 책에서는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완벽하리라는 작전 속에도 빈틈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스파이의 현실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원한 우리 편도 없고, 배신과 또다른 배신들이 .. 2021. 5. 9.
오후 네시 - 아멜리 노통 별다른 특이함 없이 평범할 정도로 무난하게 시작되는 “오후 네시”라는 소설은 오후 네시만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의 등장과 함께 이전과는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무례한 사람으로 취급되던 불청객의 존재는 결국 주인공인 “에밀”이 평생을 간직해왔던 관념과 예의, 선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아니 지식과 가치라는 것이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자신이 완벽하지 않고 무지하다는 것을 인식한 순간, “에밀”은 “베르나르댕”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에게도 자유를 부여한다. 사람은 스스로가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게 익숙해진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세월이 갈수록 인간이란 자신의 이름으로 .. 2021. 4. 14.
가슴뼈 하나 빼내듯 떠나보낸 사랑 - 양소연 아버지, 제 꿈은요 더 이상 꿈꾸지 않는 거예요 오냐, 애썼구나... 얘야 고맙다 아가, 두려워 마라 아픔도 슬픔도 세월 가면 헌 이 자리 새 이빨 나듯 아물고 새로워지는 것이려니 이명 소릿줄이 툭 끊어졌다 지나간 날을 떠나보내고 훨훨 날고 싶었던 새 봄 그 맘을 미리 알았나 낡은 스피커처럼 어디 한 줄이 툭 끊어지고는 삐삐 불량한 소리가 난다 어릴 적 내 몸은 바늘을 얹기만 하면 고운 노랫가락이 흘러나오는 새로 산 레코드판이었는데 살면 살수록 잡음이 난다 세상 소리 마구 듣다가 온갖 끈을 당기다가 결국엔 끊어진 줄 손바닥을 비벼 따뜻한 온기로 소릿줄을 위로해 보지만 잘못 칠한 그림처럼 돌이킬 수가 없다 고운 빛깔은 아니어도 세상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소리 하나 얻었다 바닷소리인 양 산새 소리인 양 이근.. 2021. 4. 9.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은 “일인칭단수”라는 책제목처럼 일인칭인 나의 이야기들로 채워나간다. 매 편의 이야기들 속 일인칭단수인 나는 고등학교 시절, 대학생 시절, 사회초년생 시절, 중년의 시절까지에 존재한다. 그리고 일인칭 단수인 나는 현실 속에서, 때로는 과거에서, 혹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모호한 상황 속에 존재한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자신의 민낯 위에 가면을 덫쓴 체 살아간다.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그의 글들 그런데 최근의 소설들은 왠지 이전의 하루키로부터 받았던 느낌을 주지 않는다. 매일 달기기를 하고 음악을 듣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문학세계를 넓혀 나가고 있는 그이지만, 재즈나 클래식이 주요 매개체가 되는 설정이라든가, 시대상의 반영대신 개인적인 일상.. 2021. 3. 30.